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둘러싼 논란, 연구 결과로 확인하다.

“두유를 많이 마시면 남성이 여성스러워진다”, “여성은 두유를 피해야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두유를 둘러싼 이런 주장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최신 과학 연구는 이러한 통념과 다른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두유 속 이소플라본이라는 식물성 화합물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성분이 여성호르몬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그러나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서 작용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밀리위크가 국내외 주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두유와 호르몬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정체

두유의 주원료인 대두에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천연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화학 구조가 유사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두유 섭취가 호르몬 균형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 유사성과 생리학적 작용은 별개다. 이소플라본은 인체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할 수는 있지만, 그 결합력은 실제 여성호르몬보다 수백 배 이상 약하다. 더욱이 상황에 따라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에스트로겐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이소플라본은 단순히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물질이 아니라 체내 호르몬 환경에 따라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현대 영양학의 해석이다.

남성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과학적 검증

두유 섭취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여성화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가장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을 포함한 여러 연구팀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2021년 발표된 종합 연구는 41건의 무작위대조시험 결과를 분석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두유나 이소플라론 보충제를 섭취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및 에스트라디올 수치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일상적인 수준의 두유 섭취는 남성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유방암 위험과의 상관관계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큰 우려는 유방암 위험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는 이러한 걱정이 기우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에서는 두유, 두부, 된장 등 대두 식품을 꾸준히 섭취한 여성들이 유방암 발생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소플라본의 약한 에스트로겐 활성이 오히려 과도한 호르몬 신호를 억제하는 항에스트로겐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암학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방암 병력이 있는 여성도 식품 형태의 대두 섭취는 안전하며 재발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구분점이 있다. 일반 식품과 고농도 보충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고용량 이소플라본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폐경기 증상 완화 효과

이소플라본의 긍정적 작용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폐경기 여성의 안면홍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연적인 호르몬 감소로 인한 증상을 보완하는 작용이다. 물론 개인차가 크고 모든 여성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소플라본이 상황에 따라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요 보건기관의 공식 입장

전 세계 권위 있는 보건기관들의 평가는 일관적이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은 “식품을 통한 일반적인 대두 이소플라본 섭취는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버드 의대 보건대학원 역시 “두유와 대두식품은 건강식의 일부로 섭취할 수 있으며 과도한 공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의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전한 두유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선 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경우, 대두가 갑상선 호르몬제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약 복용 후 최소 3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임신·수유 중인 여성은 일반 식품 수준의 섭취는 안전하지만 고용량 보충제는 피해야 한다.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두유를 포함한 다양한 단백질원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두유 섭취 가이드

전문가들은 하루 1~2잔(200~400ml) 정도의 두유 섭취를 권장한다. 무가당 제품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첨가물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달걀, 생선, 콩류 등 다른 단백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 균형이 더욱 좋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충제보다 자연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다.

결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두유를 둘러싼 호르몬 논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오해에 가깝다.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는 일상적인 수준의 두유 섭취가 호르몬 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고단백·저포화지방 식품으로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한 식생활의 핵심은 특정 식품에 대한 맹신이나 공포가 아닌 균형과 다양성에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이 진정한 웰니스로 가는 길이다.